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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qq33ny
작성자: 송원석
작성일시: 2004-08-10 09:08,  조회수: 2,318
저의 짧은 식견으로 함부로 단언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선생님과는 또 다른 입장에서, 어찌보면 개발자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도 우리나라에서 이루지고 있는 많은 IT 프로젝트들이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점들이 싫어서 좀 더 낳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많은 프로젝트들을 경험해봤지만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희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죠. 'X 싼놈 따로 있고, X 치우는 놈 따로 있다.' 라구요. 워낙 개발 일정에 쫓기다보니 일단 돌아가게만 프로그램을 작성해놓고 차후에 유지보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죠. 그리고 기간이 끝나면 아무 말없이 떠나가 버립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인력이 계약직이거나 용역회사에서 충원한 인력이라 나중에 물어보려고 해도 개발한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 후임자는 'X 치우는 사람' 이 되어 버리죠. 사실 지금도 저는 X 치우면서 X 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_^;;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문제들의 책임은 고객(사)와 업체, 그리고 개발자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실제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죠. 고객(사)에서는 말도 안되는 비용으로 말도 안되는 기간에 말도 안되는 기능들을 구현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업체에서는 일단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급하므로 영업사원들은 무조건 다 해주겠다고 약속해버리고, 하도급에 하도급을 주고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개발자들을 그때그때 아무나 구해서 프로젝트에 집어 넣어 버리죠. 예를 들어서 지금 제가 있는 프로젝트가 웹 프로젝트인데 웹 프로그램을 해본 사람이 저 포함해서 5 명중에 2 명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두 세 프로젝트에 집어 넣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면 개발자들은 거의 매일 밤을 새면서 대충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리고, 이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아침부터 이런 얘기를 하니 너무 기분이 우울해지는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주라도 한 잔 하시면서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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